모두가 알다시피, 아이돌 산업은 젠더이분법과 이성애 중심주의에 의거한 젠더적 표상을 판매한다. 예컨대 이성애자 남성 소비자들은 걸그룹에서 유사 여자친구를 발견하고 유사 연애 감정을 즐길 수 있다. 이성애자 여성 소비자들은 걸그룹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미적 지향을, 롤모델을 탐색할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여자 아이돌 산업이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목표에 해당할...
제 첫 소설집 《로드킬》이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출간을 기념하여 온/오프라인 북토크를 개최합니다. 총 3회에 걸쳐 ‘여성과 예술’, ‘여성과 환경’, ‘여성과 퀴어’라는 주제로 열립니다. 심완선 님, 백희원 님, 연혜원 님께서 각각 사회자를 맡아주시기로 했어요. 신청은 이쪽 https://forms.gle/NLC1SdLv...
* 2020년 9월,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 [청년 페미니스트 예술인의 서사] 기획으로 기고했던 글입니다. http://ildaro.com/8836 곤경에 빠진 처녀(a damsel in distress)라는 오래된 문학적 테마가 있다. 젊은 여자(으레 미녀)가 악당이나 괴물, 마녀에게 붙들려 고통을 당하고, 영웅이 그 여자를 구하러 간다는 내용이다. 누...
2020년에는 우선 산문집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를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처음 알려드리자면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2편(제목 미정)]의 출간 계약을 맺었어요. 올해에는 집필에 들어가야 합니다. 또한 첫 소설집 계약을 맺기도 했네요. 올해에 출간됩니다. 소설집과 다른 여러 프로젝트를 위해 그동안 썼던 중단편 원고들을 추리고, 다듬고, 고치는 시간을 ...
<식스 센스> 커버 공연은 방송 직후부터 엄청난 악평에 휩쓸렸다. 공연의 퀄리티에서 완벽하지 못한 점들이 있기는 했고, 본디 커버곡이란 원곡의 아우라에 비교되어서 정념적인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은 법이지만, 러블리즈의 춤과 노래에 실수가 없었고 도덕적으로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이할 정도로 과열된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 ...
아이돌 그룹이 지속적으로 활동하려면 언제나 ‘성장’이 관건이 된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 아티스트는 언제나 좋은 작품을 생산하기를 요구받는다. 여기서 ‘좋은 작품’이란 독창성이 있는, 즉 매너리즘이나 자기복제에 빠지지 않고 이전 발표작과는 다른 고유한 미점을 부여하는 데 성공한 작품을 의미한다. 지속적으로 독창적인 작품을 만...
<와우>를 본격적으로 감상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영상이 있다. 2017년 2월에 공개된, 러블리즈 정규 2집의 첫 번째 티저 영상은 이렇다. 가히 엽기적인 영상이 아닐 수 없다. 멤버들의 얼굴 사진과 그림을 이어붙여 종이인형으로 만든 것만도 기괴한데, 그룹에서 ‘러블리’하기로 대표적인 멤버인 케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풍선으로 핑크색...
러블리즈를 남덕 타깃 청순 컨셉 걸그룹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있다. 러블리즈의 가사에 ‘오빠’라든지 ‘보이’ 같은, 남성 연인을 지칭하는 단어가 많이 나올 것이라는 오해. 그리고 남자다운 성역할과 여자다운 성역할을 강조하는 헤테로 연애 시나리오가 많이 나올 것이라는 오해. 물론 그런 가사가 아예 없지는 않다. 하지만 뜻밖에도 러블리...
<아츄>의 화자가 상대방에게 주고 싶어하는 사랑은 요리, 애교, 잠 깨워주기라는 활동으로는 결코 올바르게 요약될 수 없다. 이 소녀의 근본적인 욕망은 그보다 훨씬 더 언어적인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아츄>에서 반복되는 후렴을 보자. 너는 내 맘 모르지 Ah-Choo 널 보면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아 너만 보면 해주고픈 얘기가 참 많아 ...
90년대 포스트 페미니즘 이후로 우리는 ‘그나마’ 성별 이분법이 역사상 가장 둔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여자와 남자는 가치관, 행동양식, 언어, 패션, 취미, 직업, 그야말로 모든 문화적 영역에 걸쳐서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여자는 (극소수의 별종을 제외하면) 전부 치마를 입었고 남자는 (극소수의 별종을 제외하면) 전부 바지를 입었던...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나는 날씨와 냄새에 관한 일기를 썼다. 어릴 때 일기장에 오늘의 날짜와 날씨를 기록하고 그 뒤에 본문을 쓰라고 배우는데, 아예 날짜와 날씨만으로 이루어진 일기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착안했다. 날씨, 기후, 냄새, 색깔, 그날 뿌린 향수, 먹은 음식, 마신 음료, 고유명사들, 숫자들로 채워진 글을 썼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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